'단편소설'에 해당되는 글 2건

독짓는 늙은이
국내도서
저자 : 황순원
출판 : 문이당 200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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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고 병든 송영감은 자신과 7살 자식 당손이를 버리고 송영감에게는 아들과 같던 여드름쟁이 조수 놈과 도망간 부인에게 분노한다. 병환은 차도가 없고 점차 독 짓기도 힘들지만 있는 힘을 다해 독 짓기에 열중한다. 그나마 그마저도 한 가마를 굽기 어렵고 방물장수 앵두나무집 할머니는 당손이를 다른 집에 보내자며 송영감을 설득한다. 가마 안에서 자신의 독만 터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자신이 그토록 자랑하는 독짓기 실력도 이제 끝나버렸음을 깨닫고 앵두나무집 할머니를 통해 당손이를 다른 집 양자로 보내게 된다. 그리고는 망가져버린 독처럼 죽어가는 송영감 스스로 가마 깊숙한 곳으로 기어 들어간다.

비록 단편소설의 줄거리라고는 하나 이 짧은 줄거리를 바탕으로 표현된 삶을 향한 힘과 고뇌는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또한 전문은 대사문 없이 지문으로만 되어 있어 철저한 제3자의 관찰자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달하여 객관적 안타까움을 더 극대화하고 있다.

조금의 균열로도 깨져버리는 독처럼 자신의 삶에 찾아온 균열에 의해 송영감은 여지없이 허물어지지만 그 허물어짐 역시 삶이라는 굴레의 한 과정임을 깨닫는 생명의 고통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다 읽고 난 후 깊은 여운을 남기고야 만다.

소나기, 별, 학, 목넘이 마을의 개, 독 짓는 늙은이
국내도서
저자 : 황순원
출판 : 도서출판고래 201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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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사이버 문학광장 제공)

이년! 이백 번 쥑에두 쌀 년! 앓는 남편두 남편이디만, 어린 자식을 놔 두구 그래 도망을 가? ―송 영감은 잠꼬대를 하다가, 아들 당손이가 아바지, 아바지이! 하고 울먹이며 깨우는 바람에 잠꼬대에서 깨어났다. 송 영감이 앓고 있는 동안에 아내는 아들놈 같은 나이의 조수놈하고 달아나 버린 것이다. 그는 아내의 일이 가슴에 못이 되어 일곱 살 먹은 아들을 끌어안으며, 아내에 대한 원망으로 밤을 새었다.

송 영감 자신이 앓고 있는 사이에 조수는 중옹 통옹 반옹 머쎄기 같은 독들을 빚어 놓았다. 송 영감은 그 크고 작은 독들을 모조리 깨부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내일부터라도 당장 독을 지어야 부자가 먹고 살 수 있다는 생각에 그 감정을 삭이고 있었다. 날이 새자 송 영감은 머리를 수건으로 동이고 일어났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지 독을 한 가마 구워 내려고 했다. 그러나 퍼뜩 눈앞에 아내와 조수의 모습이 어른거려서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는 억지로 조마구와 부채마치를 들고 독 짓는 일을 했다.

일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전을 잡는 손이 떨려 독이 얇게 그리고 못나게 지어진데다가 마무리마저 영 잘 잡혀지지 않았다. 그 원인은 아내에 대한 환영뿐 아니라 열 때문이기도 하였다. 송 영감은 자기가 짓던 독 옆에 쓰러지듯이 누워 버리고 말았다. 송 영감은 저녁때가 기울일 무렵에야 정신을 차렸다. 아들은 황혼의 그늘 속에서 여느 때처럼 장보러 간 어머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듯이 그렇게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송 영감은 벌떡 일어나 겨우 독 한 개를 짓고는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송 영감은 한밤에 아들이 울며 흔들기에 깨어났다. 아들은 아버지 앞에 밥그릇을 가져다 놓으며 앵두나무집 할머니가 주더라고 했다. 송 영감은 그 밥그릇을 제껴놓았다가 다시 끌어다가 먹었다. 그러나 밥이 목을 넘어가지 않았다. 다음날이 되자 송 영감은 더 자주 쓰러지곤 했다. 주위에서는 자기 몸을 돌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으나, 그는 여전히 독 짓는 일을 하려고 애썼다. 어린 아들 당손이와 같이 겨울을 날 생각이 그를 한없이 초조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송 영감이 쓰러져 있는데 방물 장수 앵두나무집 할머니가 와서, 만일의 경우 혼자 남게 될 당손이를 염려했다. 할머니는 당손이를 다른 집에 양자로 주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송 영감은 그 말에 버럭 역정을 냈다. 자식에 대한 애끓는 정분과 자식을 걸식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책임감이 그의 병든 몸을 죄어 오는 것이었다. 날이 갈수록 송 영감은 독을 짓는 일을 하는 시간보다 자리에 쓰러져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가마에는 독이 백 개 차야만 굽게 되는데, 아직도 가마를 채우기에는 스무 개가 모자랐다. 송 영감의 마음은 급하기 이를 데 없었으나, 급한 것은 마음뿐으로서 일어나다가 도로 쓰러지곤 했다. 그런 어느 날 앵두나무집 할머니가 다시 찾아왔다. 할머니는 마침 좋은 자리가 났으니 당손이를 양자로 주는 것이 어떠냐고 전과 같은 말을 꺼냈다. 송 영감은 오늘도 자기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안 된다고 하면서 그런 말을 하려거든 다시는 오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자기가 동냥을 해서라도 아이를 굶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앵두나무집 할머니에게 큰소리를 치기는 했지만, 사실 아들을 굶지 않게 하는 일은 막막했다. 우선 아내가 도망친 이유가 생활고 때문이었다. 어쨌든 한 가마를 채워 독을 굽는 길밖에 없었다. 그의 마음은 다시 조급해지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송 영감은 가까스로 만든 독 몇 개를 합해서도 끝내 한 가마가 차지지 않았으나, 그 독들을 가마에 넣었다. 도망간 조수가 만들어 두었던 독들과 그것들과 함께 넣었다. 독 말리기에 아주 그만인 날씨였다. 독은 말린다기보다 바람쐬기라 할 수 있다.

독들을 마당에 내이자 독가마 속에 있던 거지들이 나왔다. 그들은 겨울동안 따뜻한 가마에서 보내는 것인데, 독 굽는 때가 아닌데 독을 짓는다고 투덜거렸다. 송 영감은 그들에게 말대꾸를 하려다 그만두었다. 송 영감은 늦저녁 때쯤 해서 불질을 시작했다. 불질을 잘해야 좋은 독을 구울 수 있다. 불질을 해서 서너 시간 지나면 하얗던 독들이 흑색이 되고, 또 서너 시간 뒤에는 다시 하얗게 된다. 그리고 적색으로 됐다가 이번에는 샛말갛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곁불놓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소나무를 단으로 넣기 시작했다. 불길은 거세게 확확 타오르고 있었다.

이렇게 이날 해도 다 저물었다. 동냥을 나갔던 거지들이 날이 저물자 독가마 부근에 다시 모여들었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독이 완성된다고 송 영감이 가슴을 죄고 있을 때, 갑자기 '뚜왕! 뚜왕!'하고 독이 튀는 소리가 났다. 억지로 만들어 온 독들이 무너진 것이었다. 송 영감은 어둠 속에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다음날 송 영감은 뜸막 안에서 정신을 차렸다. 그는 자기 옆에 울며 앉아 있는 아들을 보고 안 죽는다, 안 죽는다 했지만, 속으로는 지금 자기가 죽어가고 있다고 부르짖었다.

이튿날 송 영감은 앵두나무집 할머니를 자기에게 오게 하여, 당손이를 전에 말한 집에 양자로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철없는 당손이를 말썽 없이 보내기 위해서 송 영감은 죽은 시늉을 하기로 했다. 그냥 감고 있는 송 영감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들이 떠나간 뒤 송 영감은 거의 다 죽은 몸을 이끌고 독을 굽던 가마 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 속에서 단정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는 마치 자신이 무너져 버린 독들을 대신하려는 것 같았다.

독 짓는 늙은이
국내도서
저자 : 황순원
출판 : 커뮤니케이션북스 200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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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

1915년 3월 26일 평남 대동 출생. 숭실중학교, 와세다 제2고등학원을 거쳐 1939년 와세다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1931년에 시 「나의 꿈」을 『동광』에 발표한 후 시 창작을 계속하여 『방가()』(1934), 『골동품』(1936) 등의 시집을 출간했다. 1937년부터 소설 창작을 시작하여 1940년에 『황순원 단편집』(후에 『늪』으로 개제)을 출간하고, 그 후 소설 창작에 주력하여 『목넘이 마을의 개』(1948), 『기러기』(1951), 『곡예사』(1952), 『학』(1956), 『잃어버린 사람들』(1958), 『너와 나만의 시간』(1964), 『탈』(1976) 등의 단편집과 「별과 같이 살다」(1950), 「카인의 후예」(1954), 「인간접목」(1957), 「나무들 비탈에 서다」(1960), 「일월」(1964), 「움직이는 성」(1973), 「신들의 주사위」(1982) 등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1957년 예술원 회원이 되었다. 1980년부터 문학과지성사에서 『황순원전집』이 간행되었다.

아세아자유문학상, 예술원상, 3‧1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간결하고 세련된 문체, 소설 미학의 전범을 보여주는 다양한 기법적 장치들, 소박하면서도 치열한 휴머니즘의 정신, 한국인의 전통적인 삶에 대한 애정 등을 고루 갖춘 황순원의 작품들은, 많은 논자들에 의하여, 한국 현대 소설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위치한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특히 그의 소설들이 예외없이 보여주고 있는 서정적인 아름다움은 소설 문학이 추구할 수 있는 예술적 성과의 한 극치를 실현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소설 문학이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데 주력할 경우 자칫하면 역사적 차원에 대한 관심의 결여라는 문제점이 동반되기 쉬운 법이지만, 황순원의 문학은 이러한 위험도 잘 극복하고 있다.

그의 여러 장편소설들을 보면,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충실히 견지되는 가운데, 일제 강점기로부터 이른바 근대화가 제창되는 시기에까지 이르는 긴 기간 동안의 우리 정신사에 대한 적절한 조명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문예 사조의 관점에서 볼 때, 그의 문학 세계에서 주조음을 이루고 있는 것은 낭만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황순원은 한번 작품이 발표된 후에도 기회만 있으면 끊임없이 손질을 거듭하는 장인적 집요함의 소유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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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이야기로 동심의 세계를 세밀하게 묘사하는 '사료를 드립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생각과 관계의 감정들이 오롯이 드러난다.

특히나 '사료를 드립니다' 는 동물과의 관계를 통한 감정 상태를 리얼하게 그려내며 반려 동물을 통한 주인공의 성장통을 훌륭하게 그려내고 있다.


사료를 드립니다
국내도서
저자 : 이금이
출판 : 푸른책들 2012.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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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금이 


'이 시대의 가장 진솔한 이야기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작가는 문단 데뷔 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펴낸 20여 권의 작품집을 통해 따뜻한 휴머니티와 진정성이 강한 작품 세계를 보여 주었다.

1962년 충북 청원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했다. 1984년 '새벗문학상'과 1985년 '소년중앙문학상'에 동화가 당선되어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초등 학교 <국어> 교과서에 4편의 동화가 실렸으며, 2010년에는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2편이 더 수록되었다. 대표작인 『너도 하늘말나리야』,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 『유진과 유진』 등은 아이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보기 드문 책들이다. 그 밖의 주요 작품으로 『도들마루의 깨비』, 『꽃바람』, 『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 『밤티 마을 영미네 집』, 『밤티 마을 봄이네 집』, 『영구랑 흑구랑』,『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금단현상』, 『맨발의 아이들』, 『쓸 만한 아이』, 『땅은 엄마야』,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 『소희의 방』, 『신기루』, 『얼음이 빛나는 순간』, 동화창작이론서 『동화창작교실』이 있다.

지금까지 펴낸 20여 권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우리의 삶을 진실되게 보여 주어 독자들로부터 널리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어떤 새로운 이야기나 특별한 구성과 문체로 어필하려고 하기보다는 독자들의 마음을 저절로 움직이는 문체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동화속에서 이금이 작가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현실에서 부딪히는 고민과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금이 작가는 요즘 아이들이 고민하는 삶의 문제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이기심과 소통의 단절에서 온다고 말하고 있다. [예스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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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번 책의 주인공들은 비교적 평범하고 일반적인 환경의 아이들로 얼핏 보기엔 큰 걱정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그들의 마음에도 주름지고 응달진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고 싶었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 ‘이 시대의 진솔한 이야기꾼’ 이금이 작가의 신작 단편동화집 출간!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에게 전 우주를 통틀어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된다. 아이들은 스스로 몸을 뒤집고 수차례 실패 끝에 일어나 걷고 말을 배우며 놀라운 속도로 성장해 부모의 마음을 기쁨으로 채운다. 하지만 그토록 특별한 아이들이 또래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부모의 고민과 아이의 고난은 시작되고 만다. ‘특별’했던 아이의 대다수는 순식간에 ‘보통’ 아이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는 ‘상위 1%’라는 정체 모를 경계와 목표가 생겨 어른들의 마음에 불을 당기고 있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 각종 과외를 뱅뱅 돌면서 어른들이 가리키는 지점을 향하지만, 거리는 좁혀질 줄 모르고 오히려 정서적인 위축감과 자존감의 추락을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대다수의 평범한 아이들은 무엇을 위한 1%의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공부를 더 잘해야 한다거나 특출한 재능을 키워야 한다는 등의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 누가 이 아이들의 일상과 내면이 그리고 성장의 찰나가 시시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여기,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보통 아이들’ 마음속의 주름지고 응달진 곳을 발견해 어루만져 주는 책이 출간되어 눈길을 끈다. 바로 ‘우리 시대의 진솔한 이야기꾼’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이금이 작가가 오랜만에 펴낸 단편동화집『사료를 드립니다』가 그 주인공이다.
이 책 안에는 지난 30여 년간 『너도 하늘말나리야』,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 『유진과 유진』, 『소희의 방』 등을 펴내며 ‘이 시대 최고의 아동청소년문학 작가’로 자리매김하면서 다져온 작가의 필력과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꽉 들어차 있다. 그리고 일상에서 얻은 작은 씨앗들이 완결성을 가진 이야기로 탄생하는 눈부신 순간들도 목격할 수 있다. 작품 활동을 기복 없이 꾸준히 하면서도 매번 변화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가답게, 이번에는 우리 주변의 ‘보통 아이들’이 겪는 일상과 애틋한 성장의 찰나를 포착해 특유의 진정성 있는 필치로 따스한 다섯 편의 동화를 그려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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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평범한 아이들’의 마음속 그늘을 비춰 주는
따스한 햇살 같은 동화들

남들보다 뛰어나고 특별하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기대에 눌려 있는 대다수의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대개 ‘공부를 잘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의 특기와 적성을 찾으며 다양한 경험을 쌓기보다는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골몰하거나 영재 교육을 강요당하고 있다. 어른들은 치열한 상대 평가로 모든 아이들이 1%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아랑곳없이 개개인의 개성을 무시한 일방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아이들 마음속에 그늘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인성 교육이나 정서 함양과 같이 아이들 평생의 삶을 지탱하고 이끌어주는 탄탄한 뿌리를 돌보지 않는 이러한 세태는 결국 집단 따돌림이나 폭행, 자살과 같이 아이들의 것이라고 믿을 수 없는 극단적인 뉴스로 갈무리되어 삭막한 아이들의 세계를 거칠게 드러내 보이고 있다.
개그우먼이 되는 것이 꿈인 민지는 엄마에게 다른 아이들과 비교당하며 자존심을 긁히는 게 일상인 데다 신붓감 순위로 1, 2위를 다투는 ‘선생님’이라는 꿈을 강요당하고(「조폭 모녀」), 건우는 방과 후 수업과 학원에 학습지까지 하면서도 공부를 어중간하게 해서, 성적이 전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누나에게 밀려 소외감에 서성댄다(「건조 주의보」). 또 우연히 얻게 된 요술 주머니 때문에 온갖 희로애락으로 요동치던 유나의 하루는 학원을 빠진 것에 야단을 치는 엄마의 호통에 민망함으로 마침표를 찍고(「몰래카메라」), 캐나다로 조기 유학을 가게 되면서 십 년 넘게 키우던 개 장군이와 원치 않는 이별을 겪은 장우는 부모와의 갈등과 내적 불안에 시달린다(「사료를 드립니다」). 이처럼 『사료를 드립니다』에는 얼핏 보기에 큰 걱정이 없어 보이는 평범한 아이들의 일상과 방치되어 있는 그들 내면의 뜰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그러나 이금이 작가는 이러한 풍경들을 형상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기에 아이들 특유의 낙천성과 유연함을 바탕으로 한 내밀한 성장의 순간까지 보여 줌으로써 독자들에게 희망이라는 씨앗을 건네고 있다. 강압적인 엄마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소박한 기대를 품게 하고, 사람들 내면에 감추어져 있는 진짜 아름다움을 보는 시선을 은근히 제시하기도 한다. 특히 표제작인 『사료를 드립니다』에서는 가슴 아픈 이별의 순간에 비로소 진짜 사랑하는 법을 깨닫고 자신의 이기적인 욕심을 내려놓는 아이의 성찰을 그림으로써 가슴을 일렁이게 하는 감동을 선사한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어린이 독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작중인물들에게 공감은 물론 따뜻한 위로를 얻을 것이며, 어른 독자들은 ‘보통 아이들’의 내면에서 반짝이고 있는 ‘특별함’을 발견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식을 고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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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내용
「조폭 모녀」 -민지는 난생처음 좋아하게 된 남자 아이 영민이가 학습지 교사인 자신의 엄마에게 공부를 배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폭 엄마에게 시달리는 자기처럼 영민이 역시 고충을 겪을 거라 지레짐작한 민지는 좋아하는 마음을 접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영민이에게 의외의 이야기들을 듣게 되는데……. 각자의 사정 때문에 영민이를 사이에 두고 서로가 모녀지간이라는 사실을 숨기며 펼쳐지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건조 주의보」 -공부를 잘하는 누나 때문에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건우는 가족들이 앓고 있는 각종 건조증 때문에 고민이다. 자기에겐 아무 건조증이 없어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소외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윤서에게 “마음이 건조하다.”는 지적을 받고는 뛸 듯이 기뻐하게 된다.
「몰래카메라」 -유나는 밸런타인데이를 맞이해 같은 반 인기인 준성이에게 줄 초콜릿을 살 돈이 없어 고민에 빠진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옛날이야기 속에서나 나올 법한 요술 주머니를 얻게 되고, 짧은 시간 동안 온갖 희로애락을 맛보게 된다.
「이상한 숙제」 -‘아름다운 사람 찾기’라는 숙제를 하는 동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의 외양이 아닌 내면에 감추어진 진짜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갖게 되는 혜빈이의 이야기가 담백한 여운을 남긴다.
「사료를 드립니다」 -장우는 캐나다로 조기 유학을 떠나게 되면서 10년 넘게 정을 주며 길러온 애완견 장군이와 원치 않은 이별을 하게 된다. 나이가 많고 대형견인 장군이를 키워줄 사람이 잘 나타나지 않자 가족들은 매달 사료를 보내 주기로 하고 맡아 줄 사람을 찾는다. 캐나다 생활 중 외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서둘러 귀국한 장우는 장군이를 보기 위해 새 주인에게 연락을 하지만 닿지 않아 마음을 졸인다. 이별이라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겪는 감정의 기복을 현실적으로 그리면서 이와 동시에 반려 동물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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